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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23일 영국 고등법원이 엘리엇 ISDS 중재판정을 취소하면서, 한국 정부의 약 1600억원 배상 의무가 사라졌다. 취소소송 인용률 3%의 벽을 뚫은 이번 판결, 왜 이렇게 됐는지 찬찬히 뜯어봤다.
솔직히 처음 이 소식 접했을 때 "진짜?"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국제 중재 취소소송에서 이긴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거든요. 영국 법원 기준으로 최근 2년간 취소소송 인용률이 겨우 3%밖에 안 됐다는 통계가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이걸 해냈다.
2023년에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한국 정부, 엘리엇에 1억782만달러 배상하라"고 판정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꽤 무거웠다. 국민 세금으로 1600억원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니까. 근데 이걸 8년 넘게 끈질기게 싸워서 뒤집어버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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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엇 ISDS 승소 브리핑 |
엘리엇 ISDS 취소소송 승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
2026년 2월 23일 오후 7시 30분, 영국 고등법원(High Court)이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약 1600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PCA 중재판정이 취소된 거다. 법무부가 즉시 브리핑을 열었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직접 결과를 발표했다.
판결의 핵심은 명확했다. 국민연금공단은 국제법상 국가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근거로 한국 정부에 배상 책임을 물린 원래 중재판정은 관할 위반이라는 것. 영국 법원은 세 가지 근거를 들었는데, 국민연금공단이 정부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다는 점, 공적연금 운용이 치안이나 국방 같은 국가 핵심 기능이 아니라는 점, 국민연금의 일상적 의사결정이 정부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판결로 배상 원금 약 600억원에 지연이자까지 합한 1600억원의 배상 의무가 소멸했다. 정성호 장관은 "엘리엇의 6분의 1에 불과한 소송비용으로 인용률 3%의 바늘구멍을 뚫었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8년 전 그날로 돌아가보면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추진됐는데,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0.35 대 제일모직 1로 결정됐다. 시가총액을 반영한 비율이라고 했지만,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었다.
엘리엇은 당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주주였다. 합병에 강력히 반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쪽의 주요 주주였는데, 삼성물산 지분 11.21%를 가진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표를 던지면서 합병이 성사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국민연금을 움직였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건 나중에 특검 수사 대상이 됐다.
📊 실제 데이터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청와대 지시로 합병 찬성을 강행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됐고, 2022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형사적으로는 부당 개입이 유죄로 인정된 사건이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됐으니 정부 개입 자체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엘리엇은 2018년 7월 한미 FTA에 근거해 ISDS를 제기했다.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부당하게 합병을 성사시켰고, 이 때문에 7억7000만달러(약 1조 1117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었다.
국민연금이 국가기관이냐, 핵심 쟁점은 이거였다
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 정부의 부당한 행위로 손해를 입었을 때, 국제 중재를 통해 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다. 한미 FTA 제11장에 이 조항이 포함돼 있다. 중요한 건, ISDS에서 배상 책임을 지는 건 '국가기관'의 행위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갈라졌다. PCA 중재판정부는 2023년 6월 판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 한국법상 국가기관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국가기관'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국민연금의 찬성 투표가 정부 행위로 귀속된다고 봤고, 한국 정부에 약 1억782만달러(약 1556억원, 당시 환율) 배상을 명령했다.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의 약 7%만 인용한 거였지만, 정부 입장에선 원칙 자체가 문제였다.
법무부는 이 판정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민연금공단은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별도 기관이지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거다. 연금기금 운용은 국방이나 치안 같은 국가 고유 기능이 아니고, 국민연금의 일상적 투자 결정은 정부 지시를 받는 구조가 아니라는 논리였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브리핑에서 "중재판정부가 한미 FTA상 관할 인정 요건을 잘못 해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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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기관 여부 쟁점 |
각하에서 대역전까지, 취소소송 3년의 기록
취소소송 과정이 순탄했냐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한 번 크게 좌절한 뒤에 뒤집은 거라 더 드라마틱하다.
| 시점 | 사건 | 결과 |
|---|---|---|
| 2018년 7월 | 엘리엇 ISDS 제기 | 7.7억달러 청구 |
| 2023년 6월 | PCA 중재판정 | 정부 패소 (약 1556억원) |
| 2024년 8월 | 영국 1심 취소소송 | 각하 (정부 주장 기각) |
| 2025년 7월 | 영국 항소심 | 정부 항소 인용, 1심 환송 |
| 2026년 2월 23일 | 영국 환송 1심 판결 | 정부 승소, 판정 취소 |
2023년 7월, 법무부는 PCA 판정에 불복해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냈다. 근거는 영국 중재법 제67조, 관할권 위반이다. 한미 FTA 규정상 PCA가 이 사건을 판정할 권한 자체가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2024년 8월, 영국 고등법원 1심에서 각하당했다. 정부가 문제 삼은 한미 FTA 조항이 영국 중재법상 '실체적 관할'과 무관하다는 이유였다. 솔직히 이때 "이제 끝났나" 싶었을 거다.
💬 직접 써본 경험
이 사건을 처음부터 쭉 지켜보면서 느낀 건데, 2024년 각하 판결 나왔을 때 분위기가 정말 안 좋았다. 법조계에서도 "국제중재 판정 뒤집기가 원래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많았거든요. 근데 법무부가 항소를 포기 안 했다. 그게 결정적이었다.
정부는 곧바로 항소했다. "1심 판결에 한미 FTA 해석상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2025년 7월, 영국 항소법원(Court of Appeal)이 이 항소를 받아들였다. 1심 각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한 거다. 흐름이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었다.
환송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해 12월 구술변론을 마치고, 오늘 최종 판결을 내렸다. 국민연금공단이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정부 주장을 전면 수용. 1심 각하부터 따지면 꼬박 2년 반을 싸운 셈이다.
론스타에 이어 엘리엇까지, 연속 승소가 의미하는 것
사실 이번 엘리엇 승소만 놓고 보면 안 된다. 시야를 좀 넓혀야 한다. 2025년 11월에 한국 정부는 이미 론스타 ISDS 취소소송에서도 승소한 바 있다. 론스타 건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분쟁으로, 약 4000억원 규모의 배상 책임에서 벗어난 사건이었다.
석 달 만에 연속 승소라니. 론스타는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취소위원회에서 원 판정이 전부 취소됐고, 이번 엘리엇은 영국 법원에서 PCA 판정이 취소됐다. 중재 기관도 다르고, 취소 사유도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가 총 5600억원 이상의 국고 유출을 막은 셈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그동안 한국이 ISDS에서는 약하다는 인식이 있었거든요. 외국 사모펀드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 어쩔 수 없이 돈을 물어줘야 한다는 식의 분위기. 근데 론스타와 엘리엇 두 건 연속으로 원 판정을 뒤집으면서, ISDS 대응 역량이 상당히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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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DS 사건의 배상금 규모 |
💡 꿀팁
ISDS 관련 뉴스를 볼 때 '중재판정'과 '취소소송'을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중재판정은 PCA나 ICSID 같은 국제 중재기관이 내리는 판정이고, 취소소송은 그 판정에 불복해 별도 법원(또는 취소위원회)에 제기하는 절차다. 대부분의 중재판정은 취소소송에서 유지되기 때문에, 취소에 성공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아직 안 끝났다, 환송 중재에서 남은 과제
승소라고 해서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이 부분을 놓치면 안 된다. 영국 고등법원은 중재판정을 취소하면서 사건을 다시 PCA 중재절차로 환송했다. 국민연금공단 부분은 빠졌지만,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합병 관련 국민연금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 자체는 한미 FTA상 '관련성 있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쉽게 말하면 이런 거다. 국민연금의 찬성 투표 자체는 정부 행위가 아니므로 빼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와 복지부가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한 행위, 이건 정부 행위가 맞다. 그래서 이 압력 행위만으로도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는지, 입었다면 얼마인지를 다시 따져봐야 하는 거다.
이게 엘리엇 입장에서는 꽤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다. 기존 판정에서는 국민연금의 찬성 투표가 합병 성사의 결정적 요인이었고, 그로 인한 손해가 있었다는 논리가 핵심이었거든요. 근데 국민연금 부분이 빠지면 인과관계를 다시 처음부터 입증해야 한다. 청와대와 복지부의 '개입 행위'만으로 직접적인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고 증명하는 건 훨씬 까다로운 과제다.
⚠️ 주의
이번 판결이 "정부의 국민연금 개입이 문제없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형사적으로는 직권남용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됐다. 영국 법원이 판단한 건 어디까지나 ISDS에서의 관할권 문제, 즉 국민연금이 국가기관이냐 아니냐의 국제법적 지위 문제다. 국정농단과 부당 개입 자체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혼동하면 안 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환송 중재 절차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ISDS 대응 체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법률 제정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직 최종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라운드의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다만 국민연금이라는 가장 큰 카드가 빠진 상태에서 엘리엇이 다시 승소하기는 상당히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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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고등법원 건물 외관 |
Q. 엘리엇은 왜 한국 법원이 아닌 국제 중재에 소송을 냈나?
A. 한미 FTA에 ISDS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의 부당한 조치로 손해를 입었을 때, 국내 법원이 아닌 국제 중재를 통해 직접 해당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엘리엇은 미국 법인이므로 이 조항을 활용한 거다.
Q. 취소소송 인용률 3%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A. 국제 중재판정은 한번 내려지면 거의 뒤집히지 않는다. 영국 법원의 경우 최근 2년간 중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가 이긴 비율이 약 3%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 한국 정부의 승소가 이례적이라는 뜻이다.
Q.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있나?
A. 만약 정부가 패소해 1600억원을 배상했다면 국민연금 기금이 아닌 정부 재정(국고)에서 지급됐을 가능성이 높다. 직접적으로 연금 수령액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세금이 사용됐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납세자에게는 간접적 영향이 있었을 사안이다.
Q. 환송 중재에서 한국 정부가 다시 질 수도 있나?
A.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청와대와 복지부의 개입 행위 자체는 FTA상 '관련성 있는 조치'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연금 부분이 빠진 상태에서 엘리엇이 손해의 인과관계를 다시 입증해야 하므로, 기존보다 정부에 훨씬 유리한 구도다.
Q. 메이슨 캐피탈 사건은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나?
A. 메이슨 캐피탈도 같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이유로 ISDS를 제기한 사건이다. 다만 메이슨 건은 싱가포르가 중재지여서 별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번 영국 법원의 국민연금 관련 판단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지만, 유사한 법리적 논거로 활용될 여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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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판결로 1600억원의 배상 의무는 일단 사라졌다. 론스타에 이어 두 번째 ISDS 취소 승소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국제 분쟁 대응 능력이 확실히 검증된 사건이다. 다만 환송 중재가 남아 있으니 완전한 종결은 아직이다.
ISDS에 관심이 있다면 앞으로 환송 중재 절차에서 청와대·복지부 개입 행위만으로 배상 책임이 인정될지, 그리고 메이슨 캐피탈 사건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함께 지켜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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